POP-UP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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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강렬한 호불호의 식재료, 고수를 주제로 작은 팝업이 열립니다. 음식, 프로그램, 전시, 진과 굿즈, 그리고 고수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환영합니다.



일정 및 장소

2026.04.25 (토) – 26 (일) 11:00-20:00
홈숍집 @home.shop.zip_kr
서울 서대문구 응암로 116-5 1층
증산역 1번출구 도보 7분


기획

홈숍집 요오니 × 나분 × 이하여백
초고수 나분 @wwishmeluckk
고수 이하여백 @everyblankspace
하수 요오니 @yo.o.ni

내용

(1) 팝업 음식
고수 오니기리, 고수 샌드위치, 고수 타코 라이스, 고수가 들어간 음료까지! 고수가 듬뿍 들어간 음식을 취향껏 즐겨보세요.

(2) 워크샵 프로그램 (* 사전 신청자에 한함) 2회차 모두 선착순 마감
고수와 야채로 함께 만드는 야채 케이크 워크샵! 고수를 좋아하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자리, 함께 만든 것을 식사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선착순 사전 신청이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공지됩니다.

(3) 컨텐츠 영상 및 전시
고수 앰버서더 나분 (@wwishmeluckk)의 인터뷰 전시와 영상까지, 고수에 진심인 사람의 생활과 고수에 대한 철학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봅시다.

(4) 굿즈  
고수 모종, 고수 모자, 고수 티셔츠, 뚝딱뚝딱 손으로 만든 여러 종류의 고수에 대한 Zine 등 다채롭게 준비했습니다. (*티셔츠, 모자 -> 행사 종료 후 제작)

(5) 고수 레시피
비치되어있는 노트에 당신만의 특별한 고수 레시피를 공유해 주세요! 어떤 비법 혹은 요리를 가지고 계실까요?

(6) 당신의 고수 레벨은?
본인의 고수 레벨을 스티커로 표현해 주세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수를 좋아하거나 어려워하고 있을까요? (초고수/고수/중수/하수)

현장 이벤트

(1) 드레스 코드
고수를 좋아한다면 그린! 싫어한다면 레드! 
입고계신 옷의 컬러를 인증해 보여주세요. 
(고수 모종 선물 증정, 1인 최대 1개, 선착순 증정)

(2) 화분 분갈이
고수 모종을 증정 받거나 또는 구매할 경우, 
2층 수풀정경 (@sooful_jeongkyeong)에서
화분 구매 시 분갈이 무료! 
고수 모종을 키우는 것에 도전해 보세요! 
(수풀정경의 다른 식물도 10% 할인 적용!)






BEHIND-THE-SCENESCILANTRO / CORI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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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8일
회고








행사 첫날은 긴장은 했지만 몰랐다. 모르기에 가능했다. 시작도 전에 초록 사람들이 밖을 서성이거나 줄을 서는 모습을 보며 '큰일 났다'였다. 모두가 정신없이 시각을 확인했을 즈음이 1-2시라고 했다. 나 또한 그랬다. 대혼돈의 순간에 빨려 들었다가 정신을 차리니 아직도 1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의 모든 예측은 빗나갔다. 일단 대기 시스템 자체를 잡아두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년도는 그런 적도 없었고, 그걸 걱정하는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과한 사이 사람들은 오픈 시각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한 공간에서 네 가지 활동 이상이 발생하므로 대기 줄도 빨리 체계를 만들어야 했는데 뇌가 자꾸만 꺼졌다. 그로기 상태처럼 아득해지면 '에라 모르겠다. 도망이나 칠까?' 살면서 이런 생각이 스쳐 간 건 처음이었다. 통제 불가능한 상황과 변수는 정말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실시간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고 해결할지가 관건이었다. 



우리 셋이 즐겁자고 한 일이 전쟁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변했다. 비장해졌고 두려워졌다. 첫날은 몰라서 어찌저찌 헤쳐나갔다면, 둘째 날은 첫날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그 불편함의 비율을 줄이는 것, 개선점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첫째 날 저녁 과감하게 마감하고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고수는 조달하러 다녀야 했고, 떨어진 식재료와 소진된 것에 대해 논의, 무엇보다 대기 방식 개선이 핵심이라는 게 명확했다. 틈틈이 행사 중에 부족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사항을 정신없이 휘갈겨 써두었다. 동선을 위해 옮겨야 하는 것들. 다음날 인쇄해 붙여야 하는 것들. 간과한 것들, 이를 통해 깨우친 것들이 많았다. 온몸으로 현장에서 체득하고 있었다. 나름 갖은 행사와 다양한 종류의 페어, 전시 경험이 있어 전체적인 프로세스와 패턴을 알고 있음에도 '방문객' 수 자체가 예상을 벗어나고, 인력은 첫날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판단이 빨라야 했고, 부분과 단면이 아니라 다면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했다. 그것에 능하고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이 게임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내 부족함을 순식간에 성장시키는 전투 과제가 된 것이다. 전체를 다루고, 끊임없이 둘러보고 체크해야 했다. 북페어나 작년 인벤타리오보다 난이도 극상인 게임에 갑자기 빠져들어 매 순간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첫날은 밖에서도 무기한 대기, 안에 들어와서도 대기,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대기, 세 차례나 발생하니 사람들의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다. 그걸 최소화하는 것이 정말 관건이었다. 냉장고에 붙은 종이를 체크하고 카운터에 선 사람들의 인원을 대략 보며 다음 사람들을 줄줄이 끊어 연락을 돌려야 했다. 일일이 연락을 돌리면서 '이래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시스템이 편하겠구나' 싶었지만, 처음이니 아날로그로 모든 응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곳저곳 바쁘게 도움의 손길을 많이 빌려주셨다. 어벤저스와 다름없는 능력치와 센스가 뛰어난 사람들이 왔다. 그 혼돈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함께해서 고맙고 연신 미안했다. 주방도 빌렸고 사람도 늘어나 다행히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잡아갈 수 있었다.



자꾸 말하게 되지만, 이 모든 사태(?)의 원인도 그렇고 그에 대한 대답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다른 것도 그냥 다른 게 아니라 폭발적으로 달랐다'고밖에 답할 수 없다. 작년에 내가 기획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사 규모라 여겼고, 그 데이터를 기준 삼아 모든 숫자를 좌지우지하며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거진과 매체를 탔더라도 그것마저 처음이니 믿지도 실감할 길도 없었다. 그냥 흔들리지 않고 우리 할 일을 해야 했다. 그냥 우리만 만족하고 나머지는 '모르겠다'라는 마인드였는데,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었으니 초록 인파가 몰릴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우스갯소리로 만든 아이디어들에 열과 성을 다해 진심으로 화답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니. 어디에 숨어 있던 사람들을 꺼내놓은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매 순간 일어났다. 애초에 30개 할지 고민할 때 50개 정도도 괜찮을까 적어둔 엑셀 칸이 일정 직전에 다다르자 150개와 200개 사이에서 그마저도 조마조마한 줄타기였다. 남으면 우리가 나눠 갖자는 식으로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600개의 모종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사람의 옷장에 초록색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을 만큼 다양한 사람이 고수 사랑을 온몸으로 뽐내며 나타났다.



매번 느끼지만, 서비스직에 대한 존경이 있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판다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직접 응대하고 양질의 무언가를 전하는 행동, 그 경험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정말 다르다. 그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내가 매번 작가로서 '전시'한다는 일반적인 표현을 경계하는 이유다. 애초에 작가의 틀에 가둘 수 없고, 주어진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동선과 디테일이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경험 설계'가 삶과 일상에 있어, 특히 브랜딩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살면서 모두에게 '죄송하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한 날. 손님도 그렇고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그저 감사함과 동시에 죄송함뿐이었다. 나는 부드러운 인간보다 뾰족한 인간이라 타인을 통해서 내 행동을 돌아보고 점검해야 했다. 너무 미흡했고, 너무 부족했다. 이 기나긴 성장과 끝없는 배움의 걸음에 없을 수 없는 과정을 걷고 있다. 변화를 불러오리라는 것을 잘 안다. 정말 오래 남을 에피소드이자, 하나의 시작이 될 거라는 믿음도 있다. 아, 그래도 이게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었구나. 모두와 함께하고 연결되어 우리가 잘 해냈구나. 잘하고 있구나. 이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니 우리에게 비약적인 개인적 성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보였다. 각자 너무 고생한 만큼 끝나고 많은 생각이 맴돌 것이고, 어떤 다음이라는 것에 대해 기약하는 것. 한 계단 오르려 한 일이 단숨에 한 층을 점프하는 것. 레벨 1을 올리겠다는 목표가 바로 승급 테스트에 덩그러니 혼자도 아니고 길드처럼 함께 임했다.



이번 과정에서 깨달은 것.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응'과 '대화'라는 것. 인식과 반응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 감각은 예민해도 감정은 예민하면 안 된다는 것. 부탁의 기본값은 '거절'이란 걸 명확하게 인지할 것. 필요한 순간에 목소리 낼 것. 덜 말하고 더 많이 들을 것. 생각을 하고 입을 열 것. 서두르지 말 것. 여유의 행동과 말은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전달된다는 것. 첫날 이후 색을 빼앗겨 흑화한 것. 허리가 아프고 오른쪽 무릎 위 두 줄이 아프다는 것. 갓 태어난 기린과 종이인형 같다는 소리를 들은 것. 이틀 행사 중 내내 화장실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것. 내 원픽 고수 오니기리의 마지막 식사를 놓친 것. 우리 중 누구도 제대로 엽서를 나눠 갖지 못한 것. 이 모든 걸 요오늬와 나분, 홈숍집 팀과 함께 완주하고 완성한 것. 동료애에서 전우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이 모든 시작과 과정을 인스타그램, 블로그, 홈페이지 곳곳에 기획 일지나 생각을 계속 올리고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폭풍이 지나고 나니 빨리 정리하거나 회고해 두지 않으면 휘발될 것 같아서, 부족한 것과 피드백을 많이 짚어 봐야 할 것 같아 정제되지 않은 이 글로 계속 생각나는 대로 써두었다. 아직 끝날 때까지 끝은 아니다. 빠르게 수량을 취합하여 티셔츠와 모자의 발주, 생산 일정을 잡아두었고, 발송의 단계에서 사람들의 손에 기념품처럼 쥐어져야 모든 프로세스를 완주하게 될 예정이다. 사진도 아카이빙하고, 이 회고를 포함한 후기나 서면 인터뷰 내용 등 시작과 끝, 과정을 정리할 것이다.



덕분에 너무 좋은 제안과 기회도 받았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응원과 마음 그 이상의 도움을 받았고, 찾아주신 많은 사람에게 관심과 배려를 전달받았다. 동료와 가족에게는 힘과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이 축제와 성장을 축하해주셨다.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이게 언제나 중요하다. 비단 나만의 성장이 아니라 각자의 포지션에서 정말 멋지게 해낸 사람들 모두의 성장인 자리였다. 언어유희에 진심이라 흥미롭게 말장난을 이 행사에도 많이 심었는데, 우리는 모두 조금씩 고수가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완주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26년 4월 23일
서면 인터뷰
 







-이번 팝업 기획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디렉터, 디자이너, 작가로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다 보니 참여자로서 전시와 행사 현장 경험을 쌓아온 동시에, 전체 기획과 구성을 주도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가져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팝업 형식의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실험적으로 진행하며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2월 쯤 우연히 '고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뻔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고 유쾌하게 이 주제를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팝업 혹은 행사 형태로 구현하면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 판단해 본격적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초고수’와 ‘고수’의 차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지도 흥미로운데, 의견을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저는 한때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독으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서서히, 단계적으로 변해온 경우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고수를 꽤 잘 먹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저 나름의 기준으로 ‘고수’에 대해서는 고수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나분님을 알게 되었는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보니 제가 생각했던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 분이었습니다. 단순히 잘 먹는 수준이 아니라, 고수에 대한 이해와 애정, 감각 자체가 달랐습니다. 그 심상치 않은 레벨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초고수'라는 타이틀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언어유희를 즐기는 편이라, 게임의 레벨 시스템처럼 고수에 대한 자신만의 단계를 스스로 정해보는 것도 이번 기획의 재미있는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초고수'냐 '고수'냐 하는 레벨은 결국 타인이 규정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판단하고 부여하는 것이니까요.

-덧붙여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이번 팝업은 시작도 전에 성공이라 느꼈지만, 동시에 감당해야 할 무게도 커졌습니다. 작년에 기획했던 행사들은 대부분 소규모였고, 그 감각으로 준비를 이어가던 중 정보가 예상치 못한 규모로 확산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도 분명히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해와 확대해석이 생겨났고, 그에 따른 기대와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되었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했고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처음의 마음이 변질되지 않도록,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애초에 기획한 방식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은 제안들을 많이 받았지만, 취재를 제외한 대부분을 정중히 거절한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원래 준비하려던 수량을 다섯 배, 일곱 배 이상으로 늘리며 고민으로 보낸 밤이 많았습니다. 그 노력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제게 남은 목표는 단 하나, 우리가 잘 완주하는 것입니다. 함께 이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6년 4월 16일




기획자이자 동시에 디자이너로 고수 팝업을 준비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월부터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던 거 '이거 너무 재밌겠는데?' 하다 시작된 게 지금 뭐가 잘못된건지 바이럴이 너무 되어버렸다. 

준비하면서, 주제는 명확한데 ‘그 다음은 뭐지?’ 
막상 사람은 모였는데, 날짜는 정했는데  ‘우리 뭐하지?’ 하는 벽에 스스로 부딪혔다. 이미 부담이 생겨버린 탓에 혼자 냅다 들이받았다. 주변에 진정한 고수러버가 있다고 하여 알게 된 그녀까지 모였는데 막막했달까. 그런데 생각 그 이상으로 그녀의 찐 사랑과 인생, 철학이 드러나기 시작했달까.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엿본 그녀의 방대한 세계가 궁금해졌고. '아! 나처럼 사람들에게도 알리면 더 재밌는 자리가 될 것 같아'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나니 조금 방향들이 명확해졌다. 호불호가 명확한 세계에서 이토록 빠져있는 사람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만드려고 하니 가벼운 진도 준비해볼까 하는 식의 기획도 시작되었는데, 분명 시작은 그랬다. 그래서 집에서 인쇄하고 손으로 제본하고 그런 에디션으로 제작하려고. 그런데 그녀가 준비해 준 사진과 내용의 양은 정말 많았다. 여기서 선택을 하고 골라 추려내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이 내용을 집에서 조악하게 내 손으로 작업하기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이 내용을 벽면에 전시하는 방식으로 번졌다. 

매일 파일을 들여다보고 작업하다 보니 되려 내가 더 '이런 사람이 있어! 귀엽지!' 자랑해주고 싶을 만큼 사진들이 사랑스럽고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손에 샘플을 쥐어주었을 때 나는 뭔가 마음이 감격스럽다고 해야하나. 매번 내 책만 만들다가 남(?)의 책을 엮어주는데 그 처음의 마음이 너무도 생경했다.

식재료를 다루는 것이라 아마 주요하고 피지컬한 핵심은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밌는 부분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 우리끼리 초고수, 고수, 하수 (누군가 지하수라고 말해서 한참 웃었던 우리) 단계로 나뉘어진 셋. 요리를 하는 사람이 고수를 여전히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 어쩌면 리스크자 동시에 매우 재미있는 포인트다. 본인을 제외한 주변 모두가 고수러버라 메뉴 테스트에 모두가 참여하여 맛을 보았다. 그녀는 '미나리'가 잘 어울리는 자리에 '고수'를 대체하여 입력한 것. 그러니 본인은 못 즐기지만 맛있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끼리 이 팝업을 통해 좋아질 수도 있잖아! 를 바라지만, 그녀는 행사 당일에 방독면이라도 낄 기세다. 

이 유쾌한 팝업의 시작에 즐거운 상상이 이것이었다. 고수 추가 +2,000이 아니라 고수 빼주세요 +2,000. 오로지 기준값이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고수를 좋아하지 않아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는 것. 

다른 일에 치여 계획한 홍보일정보다 살짝 늦어 미흡했나 고민할 새도 없이 어쩌다 운좋게 바이럴되어 다양한 제안과 연락과 관심까지 가득 받았다. 분명히 미리 말하지만 이건 작년에 벌였던 팝업들처럼 소규모 축제다. 어쩌다 확대되어 대축제로 모두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그 기대에 못 미칠 수 밖에 없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세 명 즐거운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감사한 제안을 거절하기도 했다. 일단 첫 단추를 잘 꿰고 싶어 본질을 흐리지 말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험과 모험의 연속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 행보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 같다. 이 행사에서는 ‘이하여백’이란 이름을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 이름에 대해 각자 가진 이미지로 기대한다면 나는 이 행사의 뒷편 어딘가에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저 재미있게 만들다보니 증식하여 디자인 에셋을 무한히 만들었다. 이는 그냥 혼자 디자인하다보면 밤새 재밌어서, '이런 스타일도 해보고 싶었는데?'하며 겉잡을 수 없이 증식된 일. ​굿즈가 다양한 게 아니라 그저 디자인 에셋이 다양한 것일 뿐이니 오해하지 말 것. (어찌 되었든 이 행사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남은 날까지의 내 목표가 되었다…) 





모자와 티셔츠 이야기







보통 가방과 모자, 옷 디자인을 하면 나는 제대로 된 브랜드를 갖춘 사람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입고 싶어서, ‘우리가 입기 위해’ - 이 의도로 제작을 해왔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고수에 대한 굿즈도 그렇게 출발했다. 우리는 취향과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나의 경우, 평소에 이런 종류의 팝업을 가본 적도, 더군다나 굿즈는 사본 적도 없는데. 이런 옷은 집에서 잠옷 밖에 안되잖아 하는 류의 디자인 말이다. 그래서 내가 디자인을 하면서도 충돌이 일어났다. 대체 이게 귀엽다고? 혹은 괜찮다고? 손과 머리가 따로 놀며 디자인했다. 모자도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하여 베이스컬러를 초록색으로 하자며 시작되어, 오히려 일상에서 무난하게 쓸 법한데 자세히 보면 '엥? 이게 뭐야?' 하는 포인트가 더 재밌어서 이런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래야 나도 평소에 쓸 수 있을 것 같아… 티셔츠는 가장 숙제 같았는데, 의논하다가 최종적으로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 사실 상 요오니와 나분의 두 버전의 디자인으로 말이다. 말하자면, 일코용과 덕후용으로 나눈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온전히 원하는 옷의 핏을 각자 골라달라 부탁했다. 본인이 먼저 입고 싶은 옷을 우선 기준으로 삼고, 사람들에게도 팔자고 되었다. 그런데 막상 샘플을 보고나니 둘다 너무 예뻐 보인다. (뭐지?)

​아무튼 이제 남은 시간까지 약 일주일. 나는 '사람들의 기대가 낮아지게 해주세요' 를 간절히 속으로 외치지만, 동시에 손은 너무도 바쁘다. 급하게 채울 수 있는 것들, 해결해야 하는 것들을 사방팔방 매일같이 발주하거나 작업하고 있다. 

​분명 많은 사람에게 노출된 이상 예상 불가능한 상황과 리스크가 비례하여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 '만약'이라는 경우를 어떻게 대응할지, 이 겪어본 적 없는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지금이다. 분명 누군가는 아쉬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요 누른 사람들 더는 안퍼지게 모두 차단해주세요' 라 농담으로 말했다. 그만큼 처음에는 놀라고 무서울 지경이었다.

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준비하고 있다. 
그 다음은 이제 운에 맡길 수 밖에!

결론은 이거다. 

난 이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아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다. 이미 시작도 전에 성공적인 행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심이 그득그득하다. 하지만 애초의 기획대로 큰 행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와주는 것보다 명확하게 우리 세 명이 후회없이 이 프로세스를 완주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잘 즐기는 것. 웃음만 가득했으면 하는 것. 그리고 행사를 끝내고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고받고, 즐거운 다음을 기약했으면 좋겠다. 








2026년 2월

강렬한 주제를 유쾌하게 즐기는 방법 !
이 특이한 시작과 모험의 과정을
이 페이지에 기록해둔다.

   

우리의 시작은 2026년 2월, 시시콜콜한 대화에서부터였다. 어쩌다 노트에 빼곡히 적혀진 글자, '고수'.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즐거운 논쟁. 이 강렬한 호불호의 주제가 너무 재밌어서, 본격적으로 일을 벌여보기로 했다. 그렇게 즐거운 작당 모의가 시작되었다.

분명 옛날의 나는 고수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생각나기 시작하고 먹을 수 있게 되더니 지금은 생으로도 잘 먹는 지경 혹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걸 변화시켜 준 개인적인 음식은 똠양꿍이었다. 물음표 가득한 첫인상의 맛이었는데, 문득문득 생각이 난단 말이다. 고수는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었다. 이렇게 작당 모의를 하다보니 나보다 더 한 고수의 고수를 만나게 되어 함께 기획을 하게 되었다.

찐으로 고수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고수를 싫어하는 사람, 
그 가운데 나.

이렇게 세 명이 세 가지 레벨처럼 다양한 시선으로 나뉘어졌다. 주제나 대상이 즐거운데,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니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할까 하는 고민이 몇 주 지속된 것 같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어떻게 보여주지? 무엇을 할까? 

하는 물음에 갇힌 한 주를 보내기도 했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쾌한 접근이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갖은 고민 속에 갇혀 보내다가 여러 사람들과의 조언과 대화를 통해 길과 방향을 잡아나갔다.

크게 갖취진 덩어리로
1) 고수 음식
2) 고수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3) 고수에 대한 컨텐츠 또는  전시
4) 고수 굿즈

네 가지 카테고리에서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했다. 소소하게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보여주고 함께 나누는 자리, 그게 가장 큰 목표.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매주
여러 방식으로
미팅을 했다.









AI로 만든 웃긴 이미지를 보내주었다.


틈틈이 스토리에
사람들의 반응을 수집했다.





점점 고수에
미쳐가는 것 같은, 
증식되는
여러 디자인 에셋











필요한 항목들을 찬찬히 리스트업 해서 하나씩 해치워나갔다. 
보여주고 싶은 컨셉에서 여러 갈래로 증식했고, 
다양한 버전의 디자인 에셋을 만들었다.






이 특별한 주제의 중심에 있고 핵심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이야기를 듣고 가진 생각이나 가치관, 컨텐츠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걸 가까이 두고 놓치고 있던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들을 준비하여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의 내용, 양과 퀄리티는 어마어마했다. 생각보다 많고 좋아서 다 보여줄 수 있는 레이아웃이나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답변 중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이거다.




고수는 더이상 음식이 아니라 상태가 되었다.




그 한 줄이 너무도 강력해서,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어느새 꺠달음을 얻은 것 같은, 왜 좋아하는지 거슬러 올라가 물음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을 따라 걷는 일이 좋았다. 마치 나와 친구가 낮에 마시는 맥주를 왜 좋아하고 있지? 하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여정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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